10월은 코스모스의 계절이다
원래 가을맞이 민속촌을 방문하려고 아침부터 도시락에 핫팩에 간식에 바리바리 챙겼는데 갑자기 비 예보가 뜨더니 날이 확 변했다. 민속촌은 저녁 늦게 하는 공연이 메인이라고 들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했는데 딱 그 시간에 비예보라니.. 고민고민하다가 메인 공연을 못 볼 거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거라 어디든 골라지면 출발하면 되는 거였는데 아무리 검색해도 서울근교 나들이 갈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 운길산도 가봤고 하늘공원도 가봤고 에버랜드도 다녀왔고 롯데월드도 다녀왔기에 유명한 곳은 추워지기 전에 다 마스터한 상태. 산은 가기 싫다고 하고 그렇다고 바다를 갈 컨디션은 아니라.. 한강라인으로 검색하다 보니 구리 한강공원이 나왔다.
아이가 어릴때 한번 다녀왔던 기억이 있어서 코스모스나 보러 가자! 하고 바로 방향 잡고 출발. 어디든 서울 근교는 9시 전에 출발하면 금방이다. 하남방향 막히기 전에 출발한 거라 금방 도착했는데.. 요즘 일기예보 잘 맞추네.. 으르신들 데이터를 잘 집계하는 건지 슈퍼컴이 이제 일을 잘하는 건지.. 네이버 날씨로 보는 딱 그 시간에 비가 왔다. 우리가 딱 주차장에 주차한 그 시간에 말이지...
주차장은 아주 넓고 넓고 넓다
주차장은 아주 넓어서 주차걱정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될것 같았다. 비가 왔음에도 알록달록 예쁘게 입고 아버님 어머님 무리가 우리 앞을 우르르 지나가시는 걸로 봐서 날은 흐렸지만 구경하는 동안 쓸쓸하진 않을 것 같았다. 주차장 바로 앞에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하나 있는데 라면 끓여 먹는 기계가 있어서 싸 온 도시락이랑 라면이랑 점심으로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코스모스 찾아서 출발. 한강라면 먹어보고 싶었는데 그거 먹으러 집에서 한강까지 자전거 타고 갔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못 먹어봤다. 오늘 드디어 먹는군!!!
이전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 방향을 잡아봤는데 행사직전에 가서 주변이 아주 어수선했다. 메인잔디밭은 행사준비를 위해 구조물을 설치하고 계셨고 그 옆에 작은 잔디밭은 이미 도착하신 가족들이 그늘막을 설치하고 놀고계시던데 전기공급 안되는 거만 빼면 캠핑이랑 다를 바 없이 준비해서 오신 가족들이 많더라. 앞쪽은 한강뷰로 뻥~뚤린 뷰가 있고 뒤는 외곽도로가 있긴 하지만 어린아이들이랑 공놀이하고 놀기엔 딱 좋은 공간이어서 가족단위가 많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코스모스는 어디있는거임?
코스모스 보러 가는 길..이라는 방향표시를 따라 주변을 구경하며 걷고 또 걸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코스모스가 가까운 곳에 있었던 거 같은데 아무리 길을 따라 걸어도 코스모스가 안보임. 잉? 사람들은 다 한 방향을 따라 걷고 있는데 우리도 같이 걷고 있는데 그냥 길만... 길만 있다.. 꽃밭길을 따라 걸어보려고 온 건데.. 한강자전거길까지 걸어도 넓디넓은 코스모스가 없음. 하~ 비는 슬슬 내리고 날은 춥고.. 코스모스 어디 있음?
그렇게 열심히 걷다 보니 다리공사를 하는 공사판까지 걸었는데 거기까지 가도 코스모스 없음. 중간중간 공간 메우기용 아니고 진짜 넓디넓은 코스모스밭을 보러왔는데 말이지.. 그런데 다리 공사하는 곳까지 걸으니 기계소음에 쌓인 자재에 난리부르스. 강옆이라 바람이 좀 차던데 돌아가서 뜨끈한 라면이나 먹을까? 100번 생각했음. 그래도 다시 돌아오기 싫을꺼 같아서 꾸역꾸역 걸었는데..
두둥~ 드디어 넓디 넓은 코스모스 영접!
동네에도 자그마한 코스모스밭이 있어서 핑크톤 코스모스는 익숙한데, 구리는 노랗고 진한 황색코스모스밭이 있는 게 특징이다. 여리디 여린 코스모스만 보다가 노랗고 화려한 코스모스를 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거의 반반 섞여있는데 중간중간 포토라인도 있지만 어르신들은 본인들만의 핫스폿을 만드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코스모스길 중간중간 길들이 생겨있었다. 그냥 좀 두시지... 싶었지만 뭐 행복해들 하시니 좋으시면 됐다 했음
꽃들은 스프링클러까지 돌려가면서 잘 관리하고 계셔서 그런지 꽃 종류도 다양하고 색감도 좋고 무엇보다 꽃이 정말 크다. 손바닥만 한 코스모스까지 있어서 아이가 신나 했다. 꺾인 코스모스들중에서 꽃을 좀 잘라내서 꽃다발을 만들었는데 동네 작은 꽃밭보다 아주 다양한게 예뻤다. 이미 꺽인 코스모스에서 골라내서 그런지 너무 빨리 시들어서 집까지 가져오진 못했지만 아이가 신나서 모으러 다니는 걸 보는 것도 즐거웠다. 코스모스는 정말 짧게 한철 지나가니 서울 근교 바람 쏘이러 가는 김에 한번 들려볼 만하다.
싸 온 도시락은 한강라면과 함께 맛있게 냠냠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뒤쪽으로 식사공간이 있어서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고 뒤에 있는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드시는 분들도 많아서 좋아 보였다. 코스모스가 아니더라도 따뜻한 날 한번 가볍게 피크닉 올만한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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